고3 수학능력시험의 영어 예문에 나온 글입니다. 길 찾기가 뇌의 해마(hippocampus)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 봤습니다.
최근 뇌과학에서는 "길찾기 훈련"이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실제 논문들을 바탕으로, 이게 정말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 그리고 치매 보호자가 일상에서 어떻게 참고할 수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해마와 길찾기, 왜 연결되어 있을까
해마는 공간 정보를 지도처럼 저장하고,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뇌 구조입니다. 그래서 "길을 익히는 능력"과 "기억력"은 뇌 속에서 상당 부분 같은 자원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관계를 가장 유명하게 보여준 것이 런던 택시운전사 연구입니다. 런던의 택시운전사가 되려면 좁고 복잡한 도심 25,000개 거리를 통째로 외워야 하는 "The Knowledge"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훈련을 마친 운전사들의 해마 뒤쪽 부위가 일반인보다 뚜렷하게 커져 있었고, 운전 경력이 길수록 그 차이도 더 컸습니다. 후속 연구에서도 같은 패턴이 재확인되었습니다.
[참고용 정보] 다만 이 연구는 '치매 환자'가 아니라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길찾기 능력과 해마 훈련의 관계를 보여주는 근거지, 치매 치료 효과를 증명한 연구는 아닙니다.
실제 훈련으로도 해마가 변할까 —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
택시운전사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일반적인 "훈련" 수준에서도 효과가 있는지가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 궁금하실 겁니다. 관련 연구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유형 | 대상훈련 | 기간 | 결과 |
| 공간 탐색 훈련 연구 | 젊은/노년 건강한 성인 | 4개월 (이틀에 한 번) | 탐색 수행 향상 + 해마 부피 유지 (대조군은 감소) |
| 운동+공간기억 연구 | 젊은 성인 | 6개월 (주 3회) | 심폐 체력·공간기억·해마 하위영역 부피 모두 증가 |
| 2주 집중 훈련 연구 | 성인 | 2주 (단기) | 수행 능력은 크게 향상됐지만 해마 구조 변화는 뚜렷하지 않음 |
| 뇌 연결성 연구 (2025) | 성인 | 훈련 프로그램 | 해마 구조보다 뇌 영역 간 '연결성'이 먼저 반응 |
이 표에서 알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는, 짧은 훈련은 '기능'은 좋아지게 해도 '구조'까지 바꾸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해마 자체의 크기보다, 해마와 다른 뇌 영역 사이의 '연결 방식'이 먼저 변한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치매 보호자가 일상에서 참고할 수 있는 것
여기서부터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생활 적용 아이디어입니다. 다만 추정이 포함되어 있고, 반드시 구분해서 이해해주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정상인이나 경도인지장애환자, 혹은 보호자 자신을 위한 활용법 (예방·건강 관리 관점)
- 새로운 동네를 걸어서 익히기, 지도 없이 목적지 찾아보기
- 익숙한 길도 가끔 다른 경로로 다녀보기
-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음 (운동이 해마 혈류와 신경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치매 환자에게 적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길찾기 어려움(지리적 지남력 저하)은 치매의 흔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미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길찾기 훈련을 시켜야겠다"고 접근하면 오히려 불안과 좌절을 키울 수 있습니다.
- 하지 말것: "혼자 찾아가 보세요, 훈련이 될 거예요"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 자존감 손상)
- 할 것: "같이 걸으면서, 오늘은 이 골목으로 가볼까요?" (부담 없는 동행 형태로, 실패해도 안전한 환경에서)
이런 활동은 [참고용 정보, 전문가 권장]이며, 환자의 인지 단계와 상태에 따라 담당 의료진이나 인지재활 전문가와 상의한 뒤 진행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리한 훈련보다는 "익숙한 환경에서 안심하며 움직이는 경험" 자체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길찾기와 해마, 기억력의 관계는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실제 신경과학 연구로 뒷받침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근거는 대부분 "건강한 뇌를 지키는 예방적 활동"에 가깝고, 이미 진행된 치매를 되돌리는 치료법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보호자 자신의 뇌 건강을 위해서는 오늘 산책길을 조금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환자분과 함께라면, '훈련'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동행'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따뜻하고 현실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이런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치매 환자와 함께하는 안전한 산책법]
참고문헌 (References)
- Maguire, E.A., Gadian, D.G., Johnsrude, I.S., et al. (2000). Navigation-related structural change in the hippocampi of taxi driver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7(8), 4398–4403.
- Maguire, E.A., Woollett, K., & Spiers, H.J. (2006). London taxi drivers and bus drivers: A structural MRI and neuropsychological analysis. Hippocampus, 16(12), 1091–1101.
- Lövdén, M., Schaefer, S., Noack, H., et al. (2012). Spatial navigation training protects the hippocampus against age-related changes during early and late adulthood. Neurobiology of Aging, 33(3), 620.e9–620.e22. (ScienceDirect)
- Bochum 연구팀 (2024). Hippocampal subfield plasticity is associated with improved spatial memory. (PMC10914736)
- Zheng, L., Weisberg, S.M., & Ekstrom, A.D. et al. (2025). Newly trained navigation and verbal memory skills elicit changes in task-related networks but not brain structure. eLife, 106873.
- University of Arizona (2025). How navigation shapes the brain — Ekstrom Lab new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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