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방에 어린아이가 들어온다고 하세요.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 너무 생생하게 보신다고 해서 무서워요."
"아버지가 밤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십니다. 처음엔 귀가 나빠지신 건 줄 알았는데…"
치매 보호자들이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데, 부모님께는 너무도 실제처럼 느껴지는 것들. 오늘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드립니다.
치매 환자에게 환각이 생기는 이유
환각(幻覺)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거나, 듣거나, 느끼는 경험입니다. 치매의 행동심리증상(BPSD) 중 하나로, 전체 치매 환자의 90% 이상이 투병 과정에서 한 가지 이상의 행동심리증상을 경험하며, 환각도 그 안에 포함됩니다.
환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환시(視覺的 환각): 없는 것이 눈에 보이는 증상입니다. 벌레, 사람, 동물이 방 안에 있다고 하거나, 벽에 그림자가 움직인다고 합니다. 특히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초기부터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환시가 핵심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환청(聽覺的 환각): 없는 소리나 목소리가 들리는 증상입니다. 돌아가신 분의 목소리, 자신을 부르는 소리,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 등이 들린다고 하십니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여러 치매 유형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증상들은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오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꾀병이나 관심 끌기가 아닙니다. 부모님은 정말로 그것을 보고, 듣고 계십니다.
해서는 안 되는 대응 — "없어요, 그런 거 없다고요"
가장 흔한 실수는 부정하고 설득하는 것입니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귀가 이상하신 거예요."
"자꾸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돼요."
이렇게 반응하면 어떻게 될까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분명히 보이고 들리는데, 가장 믿는 가족이 "없다"고 합니다. 억울하고 두렵고, 무시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불안감과 흥분이 오히려 심해지고, 때로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논쟁은 증상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감정만 상하게 합니다.
환각 증상, 이렇게 대응하세요
1. 부정하지 말고, 감정을 먼저 받아주세요
"무섭지 않으세요? 제가 옆에 있을게요."
"불편하시죠. 잠깐 같이 여기 앉아 계세요."
있다 없다를 논쟁하는 대신, 지금 느끼시는 두려움이나 불안을 먼저 안아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감정을 인정받은 뒤에야 어르신의 긴장이 풀립니다.
2. 환경을 바꿔주세요
환각은 어두운 환경에서 더 심해집니다. 조명을 밝게 켜두세요. 그림자가 많이 생기는 구석진 곳이나 커튼이 움직이는 창가는 환시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환청이 심할 때는 TV나 라디오를 조용히 틀어두면 배경 소음이 생겨 실제 소리와의 구분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3. 전환요법을 활용하세요
환각 증상이 지속될 때, 같은 공간에서 계속 대화하면 오히려 집중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 좋아하시는 음악을 틀어드리기
- "어머니, 저랑 잠깐 저쪽 방에 가볼까요?" 하며 공간 이동
- 사진첩을 꺼내 함께 보기
- 따뜻한 차 한 잔 드리기
자연스럽게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겨드리는 방법입니다. 억지로 막으려 하면 저항이 생깁니다.
4. 신체 불편은 없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환각이 갑자기 심해졌다면, 신체 상태를 먼저 살펴보세요. 변비, 탈수, 요로 감염, 열이 나는 상황 등 신체 불편이 뇌에 영향을 미쳐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갑자기 심해진 경우엔 주치의와 상담해 보세요.
5. 위험한 상황이면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환각 때문에 어르신이 밖으로 나가려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잠을 전혀 못 자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주치의에게 알리세요. 비약물 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최소 용량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방법을 전문가와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두렵습니다.'
환각 증상을 겪고 계신 어르신은, 본인이 느끼기에는 정말 무섭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계십니다. 그 두려움이 진짜라는 것을 먼저 인정해 주세요.
없다고 설득하기보다, "제가 여기 있어요"라는 한마디가 훨씬 큰 힘이 됩니다. 보호자가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옆에 있어 주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치료입니다.

이 글은 치매 환자 보호자를 위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의 증상·상황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진단·치료·복지 서비스 이용은 반드시 전문의 또는 관할 치매안심센터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블로그는 치매 전문의가 직접 운영하며, 일부 내용은 저서 《기억은 떠나가도 마음은 남아》와 《치매에 관한 79가지 궁금증! - 치매 Q&A》 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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